2011년 11월 10일

얼마 전 희곡론 교수님이 <천일의 약속>에 대해 말하며 언급한 장면이 생각난다. 첫 화에서 서연과 지형이 헤어지고 각자 차를 타야했을 때. 서연은 힐을 신고 가다 넘어질 뻔 하고, 지형은 서연에게 걱정스러운 화를 낸다. 니가 먼저 가네, 내가 먼저 가네 하다가 서연이 화장실로 들어간다. 지형이 건물 앞에서 갈지 말지 망설이다가 결국 서연의 차에 메모를 남긴다. 도착하면 문자 줘. 부탁이야.

진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 장면에서 두 남녀는 진심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나는 교수님의 말을 즉각 이해할 수 있었다. 흔히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의 데이트에서 누가 더 친절한지 내기라도 하듯 억지를 부리기 때문에. 이건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 생각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만들어낸 진심을 발견하는 것은 확실히 짜증이 나는 일이다.

열받는다. 의표를 찌르지 못하고 빙빙 둘러, 어떻고 저떻고 구구절절 돌려 말하는 것에는 이골이 난다. 어렸을 때 그 어린 마음에도 치기에 이끌려 "너 나를 좋아해?"라고 묻기까지 했으나, 그 만들어진 진심은 내게 "알잖아."아고 대답했다. 그래, 만들어졌다고 느낄 뿐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너무 짜증이 났다.

진심없이 요령으로 접근하는 남자를, 이제 표정만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문창과라는 첫 인상에서 나름대로 관찰력이 좋다는 것을 아필하는데 왜 이렇게까지 무관심하게 사람을 열받게 하는지.

그런데도 내가 그저 평범하게 대답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그냥 오냐, 내가 예쁘긴 하지,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만일 내가 괜찮게 생각하는 놈이라면, 나도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나를 무시하면 나는 말 그대로 너무나 화가 난다.


천계영의 만화 <오디션>에 보면 재활용밴드의 드러머 미끼가 그루브로 승부를 겨루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고딩때부터 미끼를 좋아한 재벌2세가 그 상대다. 히말. (히말의 본명 촌스러웠는데 생각이 안나) 오디션 날짜가 다가오는데 히말이 스포츠카 앞에서 미끼를 부른다. 재활용밴드와 함께 있던 미끼는 히말을 스쳐가며 "내가 언제 널 무시했냐고ㅡ" 묻는 미끼의 말에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가운데 손가락을 쫙 올려 보인다.

히말과의 대결에서 재활용밴드는 진다. 그리고 히말이 자진해서 오디션을 포기하고, 재활용밴드가 올라간다. 미끼는 히말의 대기실에 가서 그 녀석을 때리던가..? 그리고는 대답한다.

"이런 게 니가 날 무시한단 거야."

아 쓰다보니 더 짜증난다. 이런 식으로 좋아하는 여자(미끼는 남자다)를 무시하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진짜 개짜증난다. 그래서 내가 더 치열하게 살고 싶다.

요즘 약속이 많다. 연말이고 어쩌고. 그치만 다 갖다버려야겠다. 사소한 인연은, 다 잊고 다 잃어야지. 그리고 더 이상 내가 왜 무시당한다고 느끼는지 대답하기도 싫을 땐 미끼처럼 할거다. J가 나에게 그랬듯이! (그래서 내가 J를 아끼는거다!)

by 국영수 | 2011/11/10 14:36 | '일탈속의일상' | 트랙백 | 덧글(0)

독서모임 <공감지향> 시즌3. the Creative Writing을 소개합니다


소규모 독서모임 공감지향이 벌써 시즌3입니다!

이번에는 the Creative Writing으로 조금 새로운 커리큘럼과 함께 찾아뵐 예정이에요.


Curriculum

1분기 : 운명                                              

1주차 11월 21일

괴테 <파우스트>

2주차 11월 28일

멤버 선정 도서 - 자유책

3주차 12월 5일

*릴레이 소설 순서 및 기본 설정 정하기

1주일 기준 1인 최소 30매 최대 40매

2분기 : 고통                                            

1주차 12월 12일

프로이트 <꿈의 해석>

2주차 12월 19일

멤버 선정 도서

3주차 12월 26일

캐릭터 맡아 희곡 쓰기 - 인물, 대사에 대한 고민

3분기 : 사랑                                            

1주차 2012년 1월 9일

나쓰메 소세키 <그 후>

2주차 1월 16일

멤버 선정 도서

3주차 1월 30일

단편소설 마감 및 합평

4분기 : 가치                                          

1주차 2월 6일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주차 2월 13일

멤버 선정 도서

3주차 2월 20일

단편소설 합평 및 안녕파티




**만나는 날은 모두 월요일로 책정되어 있지만, 멤버에 따라 다른 요일로 바뀔 수는 있어요. 바뀐다면 화요일이 될 것 같으니 혹시 월요일마다 안되시는 분 참고해주세요!

***1월 2일은 신정 다음날이라 쉬구요, 설날도 쉽니다. 개강하지 전까지 다 마치도록 짰으니 부담없이 참여해주세요 :)

**장소는 아직 미정입니다만, 공감지향시즌2의 카페를 갈 수도 있고, 가능성을 열어두려고 합니다.


 책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시작할 거예요, 부담없이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주세요. 

 읽는 것만으로라도 도움이 되는 고전을 골랐으니, 이해가 잘 되지 않더라도 좀 읽고 간단하게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주제에 관해 생각하면서 읽고 맥락은 주제에 맞추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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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linked-ppl-c.tistory.com

참여하시는 방법 -> 링크에 들어가서 글을 읽어보시고 ->지원서를 정성스럽게 작성-> i2romeonj@gmail.com 으로 보내기

저를 전혀 모르는, 어떤 특별한 인연도 환영합니다. 

책 읽고, 글을 쓰는, 대화다운 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지원서를 보내주세요 ^^

 

by 애다愛多 | 2011/10/24 22:00 | '일탈속의일상'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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